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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직관 - 1

야구여행

by 야구여행가 2023. 3. 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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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2009 WBC 의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어 WBC 직관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2023 WBC는 현장에서 제대로 만끽하였다. 국제 대회는 올림픽만 직관하게 되면 굵직한 대회는 모두 직관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대회들과는 달리 시작전 부터 WBC 열기가 무척 뜨거웠기 때문에 표를 구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에 일본 자유여행이 열리기도 전에 로손 티켓에서 도쿄 7일 전경기 팩을 팔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되었다. 찾아보니 9월9일에 처음 발견했고 그 때는 그래도 표가 꽤 여유롭게 남아있었다. 일본의 WBC 인기와 날짜가 가까워졌을 때 티켓 재판매 가격을 생각해보면 전경기 팩이 왜 이렇게 많이 남았나 싶기도 한데 여튼 운이 좋았다. 오히려 여러장 사놨으면 한 몫 제대로 챙겼을지도 모르겠다. 티켓 원가는 100만원 정도이고 대행비, 배송비 해서 대략 120만원을 썼고 일본과 호주,체코 경기를 정가에 넘겼으니 나름 저렴하게 봤다고 볼 수 있다. 

이전 대회와는 달리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경기도 인기가 많았고 미리 호텔이랑 비행기를 예약하려면 표를 확보해 둬야 안심이 됐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표를 구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언제 public sale 이 열리는지 표는 얼마나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고 마이애미 말린스 멤버들에게만 특별히 pre sale 을 제공한다는 것만이 홈페이지에 나와있었다. 고민하다가 10게임 짜리 멤버쉽을 가입했고 말린스 직원을 통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전경기 팩을 샀다. 전경기 팩은 외야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고 일단 표확보를 위해 외야 전경기 팩을 구매했고 265 달러 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single game 에 대한 pre sale 이 1월 중순에 있었고 이 때 꽤나 좋은 자리들을 많이 확보해 두었다. 내야에 괜찮은 자리가 50~100달러 정도 하였다. WBC의 인기와 내가 나중에 stubhub 에서 재판매한 가격 까지 생각해보면 아주 합리적으로 샀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1월 중순에 티켓 구매를 완료하고 비행기랑 호텔 등을 다 예매하고나서 두달을 두근두근 하며 기다렸다. 한국이 사무국이 엄청나게 배려해준 대진으로 4강을 가는 상상과 함께....

삼국의 유니폼까지 제대로 준비해서. 드디어 3월 8일 밤비행기로 도쿄로 입성하였다.

2019년 프리미어 12 이후 3년 만에 느끼는 도쿄의 공기. 다시 도쿄로 되돌아 온느데 3년 반이 걸릴줄은 몰랐네.

새벽에 도착한 피곤함을 뒤로하고 11시반쯤 도쿄돔에 도착하였다. 나는 당연히 한산할 줄 알았는데 학교에 표를 많이 뿌렸는지 입장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나는 다른 구장들 처럼 아무 게이트나 들어가면 되는 줄 았았는데 아니었고 좌석마다 게이트가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내가 산 티켓의 게이트는 상대적으로 훨씬 한산했는데 나는 12시가 넘어서도 줄어들지 않는 줄에서 이거 뭔가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내 앞에 줄선 일본분이 알려줘서 게이트21번을 통해 3회 초가 진행되던 중에 도쿄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쿄돔에 입성했을 때.

경기 결과는 뭐 다들 알테니 생략.. 4회까지 퍼팩트를 당하고 있을 때 까지만 해도 엄청 쫄렸고.. 양의지가 역전 홈런을 쳤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래 호주한테 지는건 말이 안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김원중, 양현종이 쓰리런을 맞았을 때 설마했던게... 

패배의 아수움을 뒤로 하고 호텔에 짐을 푼 후 다시 도쿄돔으로 돌아와 일본과 중국 경기를 보러왔다. 사실상의 Pool B의 개막전 느낌.

선발 투수 오타니. 미국에서 두번이나 등판경기를 봤기에 투구 자체는 기대 요소는 아니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WBC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시작전 뜨거운 열기의 도쿄돔.

경기야 뭐 누구나 알듯이 압도적인 일본의 승리와 오타니의 투구. 그래도 중국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

사실 호주한테 져서 사실상 8강 탈락이 확정된 상태라 울적한 마음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뒤에 이어지는 글에는 즐겁고 감동적인 얘기만 쓰고 싶어서 여기에 신세한탄을 조금 하고자 한다.

우선 작게 봐서 이번 WBC 준비와 경기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소집훈련을 애리조나에서 했다는 것 부터 꼬인거 같다. 전임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배려해준 것인지는 몰라도 애리조나에서 하는 바람에 많은 선수들이 이동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고 최악의 날씨와 그로인한 훈련의 어려움, 비행기 연착 등은 운이 안 좋을거라고 쳐도 애리조나에서 소집훈련을 진행해서 얻었던 이득이 뭐가 있었나 싶다. 어찌 됐건 WBC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으면 감독을 배려해줬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 지금 부터는 꼭 전임 감독제로 가길 바란다. 현직 KBO 감독을 선임하면 형평성 문제 등으로 말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진을 선발하지 못한 것도 맞다. 안우진을 뽑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미성년자 때 했던 잘못으로 성인이 되서 까지 비난 받고 처벌 받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 이것도 실제 법적으로 처벌 받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집단적 사적 처벌이며 이는 일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만 적용된다. 학폭 당연히 잘못된거 맞고 이것을 학교내에서 교정하고 처벌해야한다고 본다. 강력한 체벌이나 입시에서의 불이익 등 처벌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학폭이 나쁘다면 학교에서 얼마든지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미성년자 때 행한 잘못으로 몇 년이 지나 성인이 되서 소급해서 처벌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대가 안우진 건은 처벌의 방향 자체가 잘못 되었다. 학생 때 발생했던 잘못이니 고교경기 출장금지, 드래프트 지명시 불이익, 지명시 계약금에 대한 불이익 등 충분히 처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보는데 국가대표 발탁 금지는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지만이 뽑혔으면 좋았겠지만 최지훈을 왜 대체 선수로 뽑은 건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지훈이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똑같은 역할을 하는 박해민을 이미 뽑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를 가진 선수는 한 번도 외야수비를 하지 못하고 1루수로만 나오는 상황이 4경기 내내 나왔다. 박병호의 몸상태가 100%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선수를 뽑았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리그에 수준급 투수들이 없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김원중, 양현종 처럼 리그에서는 괜찮은 제구와 구위를 가진 선수들이 얼마나 약한 구위와 제구를 가졌는지 여실히 보였다. 일본 투수들 하고 비교하니 어찌나 밋밋한 공을 한 가운데 집어 넣는지... 호주전 투수 운영도 아쉽다. 일본전은 누가 나와도 스코어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거라 보면 호주전 때 좀더 컨디션 좋은 투수를 냈었어야 한다. 소형준이 분명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는 안 좋았는데 그런 국면에서 낸 것도 좀 그렇다. 이번 대회 컨디션이 좋았던 박세웅을 7회에 내고 좀더 길게 갔어야 한다고 본다. 

크게 보면 2010 년 이후 국제 대회에서 약간의 운도 따라준 2015 프리미어12 말고는 제대로 치른 국제대회가 없다. 2010년 대 초반까지 일본 야구를 꽤나 많이 따라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스프링 캠프 때 일본팀을 간간히 이기거나 비등한 게임을 많이 했다. 찾아보니 2015년에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3-0 으로 이겼던 기억이 있는데 이 때는 어차피 반쯤 연습경기고 소프트뱅크는 완전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민망할 정도의 대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일본팀 입장에서는 연습이 될까 싶을 정도의 스코어가 심심잖게 나온다. 

90년대 초반 세대에 좋은 선수가 많이 없는 것도 너무 아쉽다. 월드컵 세대라고 불리는 이 세대에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은 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사실 91-93년생 정도가 야구선수로서 전성기 이면서 팀을 이끌어야 할 나이들인데 아직도 그 역할을 김현수, 김광현 처럼 87-88년 생이 하고 있으니 세대 교체가 안 될 수 밖에... 

한국도 분명 10년 전에 비하면 선수들 구속이나 타자들의 장타력 등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일본의 발전정도에 비하면 너무 느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더 슬픈건 인구 문제 때문에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년생들 이후에는 지금 보다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처럼 한국야구의 발전 방향 이런건 제시 하지 못하겠고 그냥 좀 잘했으면 좋겠다.  WBC 를 보고 깨달은게 있다면 아무리 NPB, MLB 를 좋아해도 KBO 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거다. WBC에서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길 간절히 바랬던 것도 다른게 아니라 KBO 를 좀 더 재밌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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